CHOICE
편지 쓰는 생활을 위한 포셋의 제안
2022.10.14
종이에 글씨를 쓰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고, 며칠이 지나 누군가에게 가 닿는 편지는 진정한 아날로그의 상징입니다. 감성은 있지만, 편리함과는 조금 거리가 멀죠.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가치를 말하는 공간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연희동에 있는 엽서 도서관 ‘포셋’입니다.
글ㅣ전민지, 협조ㅣ포셋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엽서 도서관 포셋은 연희동 우체국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습니다. 자그마한 골목 하나를 지나면 보이는 연희빌딩, 그곳의 3층. 엘리베이터가 없고 자그마한 입간판이 전부지만, 사람들은 계속 계단을 오릅니다. 오로지 엽서를 사기 위해.
지난주에 포셋을 두 번이나 방문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3시경에 갔을 때는 사람들이 북적거려 마음 편히 엽서를 구경할 수 없었어요. 포셋이 얼마나 인기 있는 공간인지는 알 수 있었지만, 공간의 매력을 알기는 어려웠죠.
평일 오픈 시간대에 방문한 포셋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충분히 경험하고 감상했습니다. 가지런히 진열된 엽서의 알록달록 색채와 은은하게 풍기는 종이 내음, 한쪽에 자리한 작은 1인용 책상과 사물함. 사람들이 포셋을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달까요?
선반에서 샘플 엽서를 꺼내는 사사삭 소리가 들릴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못 봤던 건데’라는 생각을 하며 엽서 하나하나를 살펴보았어요. 신기하게도 어떤 엽서는 금세 누군가가 떠오르곤 했습니다. 이건 엄마, 이건 아빠, 이건 친구A, 이건 회사 팀장님….
혼자 이런 좋은 공간에 온 것이 조금 미안해져 팀원들에게 엽서를 선물하기로 다짐했더니, 그 순간부터 머릿속에 그 사람만 떠올랐어요. 무슨 색을 좋아하더라? 고양이는 무슨 색이었지?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고요. 누군가를 떠올린다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엽서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엽서를 찾으면, 한쪽에 마련된 1인용 책상에서 엽서를 쓸 수 있어요.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아 수신인 한 명만을 떠올리며 편지를 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고르고, 쓰고, 읽는 과정을 통해 타인에게 진심을 보내는 법을 배웁니다.
포셋에 있는 엽서와 편지지는 무려 3,200여 종에 달합니다. 선반마다 창작자들의 고유한 특색이 돋보이는 엽서가 빼곡히 자리하고 있어요. 도서관 책장을 구경하듯 위부터 아래까지 훑는 재미가 있죠. 이 많은 엽서를 어디서, 어떻게 모았을까요?
포셋은 소품샵 〈오브젝트〉가 1년에 걸쳐 준비한 공간입니다. 새롭고 색다른 제품을 발굴하던 트렌디한 시각과 넓은 시야로 창작자를 발굴했어요. 덕분에 일러스트, 사진, 그래픽 등 활동 분야도, 작업 방식도 각기 다른 참신한 창작자 약 120여 팀의 엽서를 만나게 되었죠.
문에서 가장 먼 안쪽 벽면에는 기록보관소가 있습니다. 언제든 편히 포셋을 찾아 자신의 기록을 보관하고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사랑하는 이와 편지를 주고받아도, 나만의 일기장을 보관해도 좋습니다. 친구에게 선물을 전하기 위한 이벤트 공간으로도 훌륭하죠.
현재 기록보관소 일부분은 포셋을 생각하며 모이moi 가상실재서점이 큐레이션한 책 10권의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어요.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가상실재서점이라고 하니, 재빨리 가볼 이유가 또 하나 늘었네요.
편지지의 크기가 마음과 비례한다고 여기던 때가 있었습니다. 서점 안에 있는 큰 문구점에 가서 전지만큼 커다란 편지지를 골라 좋아하는 펜으로 마음을 꾹꾹 눌러 쓰곤 했어요. 새빨간 우체통에 잘 봉한 편지 봉투를 넣고 답장은 언제쯤 올지 손가락을 셌죠.
우표를 살 문방구를 찾기 어려워진 지금, 펜 대신 키보드를, 종이 대신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손에서 손으로 전하던 진심을 떠올립니다. 편지지의 크기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편지에는 누군가를 위해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참에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면 편지지와 봉투에도 향이 밴다. 향까지 선물할 수 있는 엽서. 5,000원
말갛고 옛스러운 한지 소재의 엽서. 한지 특유의 질감 위에 펜화처럼 이미지를 그렸다. 4,500원
강아지의 소중한 장면을 표현한 엽서. 손으로 한 장 한 장 찍어내는 레터프레스 방식으로 인쇄했다. 4,500원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제작해 모든 엽서가 각기 다르다. 100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판매된다. 8,000원
빈칸에 적은 문장이 편지의 맨 첫 머리에 나타나는 방식의 엽서. 접었을 때 빈칸만 보여 호기심을 더한다. 3,500원
감정의 형태를 그림으로 표현한 엽서. 김관우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의 형태는 마치 튤립 같다. 2,500원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보내고 싶다면 포셋 편지지가 제격이다. 톤다운된 컬러가 다채롭다.
편지지 S 500원, L 700원. 편지봉투 1,300원.
(주)온나인슈퍼의 웹진 《Montzine》(몽진)은 '파고 파는, Digging&Selling' 슬로건 아래
사물의 가치를 발굴해 더욱 풍성한 일상을 제안하는 스타일리시 라이프 매거진입니다.
Copyright (주)온나인슈퍼. All right reserved.
《Montzine》(몽진)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당사의 동의 없이 콘텐츠 무단 도용 및 복제시 저작권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