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몽샵이 읽었어요! 식욕 돋우는 음식 에세이

2022.09.22

몽진_북_로고 몽진_북큐레이션_띵시리즈


‘먹는 이야기를 하되, 먹는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된다.’ 띵 시리즈를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있을까요? 먹는 이야기는 얼마나 하는지, 먹는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내는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제목만 들어도 입맛이 싹 도는 띵 시리즈를 몽샵 직원들이 읽었습니다.



나이 서른. 낯선 이가 초인종을 누르면 “집에 어른 안 계세요.” 소리를 여태껏 한다. 약 봉투에 찍힌 만 나이 29를 보면서 눈 한번 감았다 뜨면 30으로 바뀔까 조마조마하기도 일쑤. 아슬아슬하고 울적한 나날들 속에서 ‘나’라는 사람은 매 순간 변하고, 좋았던 것들이 하나 둘 시시해지지만, 그와 동시에 그 시시함마저 사랑할 채비를 한다.

그렇다. 한입 베어 물자 마자 혀에 색소가 물들어 버리는, 친근함 백 퍼센트의 슈퍼 아이스크림이 시시하긴 하다. 제철 과일과 온갖 허브들의 맛과 향이 펼쳐지는 성수동 젤라또에 비하면 말이다. 그렇긴 해도, 소란했던 여름, 순식간에 녹아내려 손끝을 타고 흐르던 하드를 떠올려 보면 얘기는 다르다. 찰나로 흐르던 그 모든 순간이 하찮고 소중하다. 그 모든 순간들이 소중했다면, 지금이라고 소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난 이제 아이스크림이 시시해지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아직도 애정 충만하고, 나의 삶의 방식을 좋아하니까.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임엔 변함없을 거니까! 쭈쭈바를 물고 내일은 또 뭐하고 놀까, 심도있게 고민하던 어린 나날들을 거쳐 30대의 내가 되었다. 오랜만에 동네 슈퍼에 들러야지. 피곤한 하루의 끝,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졸지에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아이스크림: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하현
세미콜론ㅣ2022.07.28.ㅣ1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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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책이다. 띵시리즈의 "띵"이 "Thing"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머리를 '띵'하고 맞은 것처럼 책을 통해서 또 다른 기억 속으로 다녀왔다. 집중을 한 듯 집중하지 못한 탓에 구간반복을 수차례 했지만, 그 덕에 사람마다 어떤 사물을 기억하는 방식이 참 다르다는 것을 또 깨달았다.

이 책의 작가는 평양냉면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카테고리의 소재에 비유하거나 덧붙이고 있는데 나는 계속 이 음식을 같이 먹었던 사람 혹은 이 음식을 좋아한 사람을 찾아나서느라 책 내용이 머릿 속에서 바로 휘발되어 버렸다. 기껏 읽은 책의 내용이 휘발된 건 아쉽지만, 이 낯설고 어색했던 감정을 처음 마주했던 그 테이블 위의 나와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뻤다.

지금처럼 평양냉면이 명확한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지도 않았고, '줄 서는 집'이라는 맛집 붐도 일어나기 전, 평양냉면에 푹 빠진 대학동기의 손에 이끌려 처음 방문했던 을밀대에서 나는 이 간단한 음식을 참 거창한 설명과 함께 의식을 치르듯 먹어야만 했다. 얼음이 들어가는 물냉과 얼음을 뺀 거냉을 번갈아 맛보며 맛 평가를 해야 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 음식은 그렇게 요란하게 만났어야만 했다.

그래서 혹시 아직 평양냉면의 매력을 만나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오분순삭 존박의 평양냉면 찬양기라도 한 편 보고 가시길 권한다. 아는 만큼 분명 그 맛도 보이리라 믿기에!

평양냉면: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배순탁
세미콜론ㅣ2021.07.28.ㅣ1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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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안주 사랑과 해장 음식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의 최애 해장 음식과 숙취해소 방법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장 음식을 먹으면 숙취가 확 날아가고 조금씩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물론 해장보다 해장술이 된 경우가 많지만.

최애 해장 음식 첫번째는 순대국이다. 청담동에 위치한 이곳은 뽀얀 국물과 넉넉한 양의 부속이 가득하다. 원래도 유명한 맛집이었으나 나혼자산다에서 샤이니 키와 민호가 다녀가면서 더 사람이 많아진 듯하다. 국물을 한 숟가락 뜨면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는 소주 한 병이 놓여져 있다. 모듬수육까지 주문하면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마시게 된다는….

두번째는 작가가 소개한 평양냉면이다. 사실 평냉을 즐기지 못하는 1인이었는데, 지인과 함께한 점심 식사에서 눈을 뜨고 말았다! 도곡동에 위치한 가게인데, 자리에 앉자마자 평양냉면과 제육 반 접시, 그리고 소주를 주문했다. 일단 냉면이 나오면 면을 자르지 않고 그릇채로 국물부터 마신다. 그리고 소주 한 잔~ 심심하면서도 감칠맛나는 끝맛에 묘하게 이끌린다. 시원하고 담백한 평냉과 소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다.

세번째는 삼각지 동태지리탕이다.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에 곤이와 큼직한 생선살이 입안에서 포만감을 준다. 탕을 정신없이 먹으며 허기를 달랠 즈음, 뭔가 조금 아쉽다 싶을 때 볶음밥을 주문한다. 이전에 외국인들이 한국사람들보고 볶음밥에 미친 민족이라고 한 기사를 봤었는데… 숙취에도 볶음밥을 생각하는 나란, 역시 한국 사람이구나!

숙취가 걱정이라면 명약이 있다. 음주 전에 우루사와 박카스 한 병이면 무서울 게 없다. 사실 최근에 영업 출신인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음주 후 다음날 숙취가 없어 ‘이렇게 영업직을 승승장구하며 살아 남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과 나누는 술 한 잔은 달고도 쓰지만, 그 시간은 소중하고 행복하기에 종종 자리를 마련하게 되지 않는가. 맛있는 음식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니 과음하지 아니하며 숙취 없는 온전한 정신에 해장으로 두 배의 행복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책 제목과 비슷한 뜻으로 술자리에서 술잔을 권하며 흔히 얘기하는 말이 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마시자!’ 현실은 나라를 찾아야 하고 내일은 돌아오니, 어떻게든 숙취를 이겨내고 일어나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해장 음식: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미깡
세미콜론ㅣ2020.03.23.ㅣ1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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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라면을 좋아하기에 이 책을 골랐다.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가? 라면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책인가?’ 이런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조금 달랐다.

작가는 라면을 사랑하는 만큼 라면에 대한 추억이 많았다. 어릴 적 처음 왕뚜껑을 먹은 기억,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라면을 먹은 기억 등 라면에 대한 작가의 추억과 기억을 공유받는 기분이라 좀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물론 라면에 대한 에피소드만 담진 않았다. 작가가 라면에 얼마나 진심인지, 라면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도 격하게 느낄 수 있다. ‘라면은 오롯이 라면이어야 하며, 라면이 아닌 다른 음식이 되려는 라면은 별로다’라는 작가의 단호한 평가는 작가가 라면을 얼마나 사랑하고 동시에 자신만의 철칙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라면에 대한 책이라 더 흥미로웠고, 책을 반쯤 읽었을 때 퇴근길에 비빔면을 사서 맛있게 끓여 먹었다! 간단한 한 끼 메뉴에 빠질 수 없는 라면. 평소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라면이지만, 그저 한 끼 때우는 용도가 아니라 가끔은 나를 위해 정성스레 끓여 먹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윤이나
세미콜론ㅣ2021.03.05.ㅣ1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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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심오할 줄은 몰랐다. 그저 먹을 줄만 알았지. 삼각김밥에는 경제학과 경영 이론, 사회 문제와 철학이 있다. 어디 그뿐일까. 역사도, 마케팅도, 환경 문제까지, 범위가 넓기도 넓다. 고작 주먹만 한데, 그 안에 세상이 들어있는 셈이다. 그 작은 것에. 오늘 아침에 편의점에서 보고 온 삼각김밥이 살짝 달라 보였던 건 기분 탓일까.

처음엔 ‘이렇게 본격적으로 삼각김밥을 논한다고?’ 싶어 살짝 당황했다가, 중반쯤에는 재치 있는 글솜씨와 새로 알게 된 편의점 지식(?)에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가, ‘산다는 건 참…’이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래,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참 부치는 일이구나. 똑바로 바라보기엔 마음이 힘들어 애써 고개를 돌리던 이야기가 에세이 속에도 존재하다니. 가볍게 웃으며 읽다가 코끝이 찡해졌다.

늘 인기 있는 삼각김밥의 속 편한 밥생이 부러웠지만, 이내 하루가 지나면 폐기될 수도 있는 얄궂은 운명임을 깨달았다. 밥생도 쉽지만은 않군. 그래도 누군가의 속을 든든히, 마음을 튼튼히 채워주는 존재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 둥글기보다는 뾰족한 마음을 가진 이로서 세상이 어서 빨리 삼각삼각해지길* 바란다.


*삼각삼각하다: 충분한 한 끼 식사가 됐다가 최고의 다이어트 간편식이 되기도 하는 삼각김밥처럼 상태가 정도가 매우 적당하고 균형 있고, 완벽함을 의미한다. 아마 봉달호 작가가 만든 단어가 아닐까.

삼각김밥: 힘들 땐 참치 마요봉달호
세미콜론ㅣ2022.03.03.ㅣ1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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