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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와 홍차의 뿌리는 같다?
2023.12.05
녹차와 홍차의 뿌리는 같다?
사무실 정수기 옆에는 늘 믹스커피와 현미녹차 티백이 있습니다. 옆에는 몽베스트 위드 더 블랜딩하우스 스틱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요. 무엇을 마실까, 현미녹차 티백과 블랙티 스틱을 번갈아 보다가 ‘녹차와 홍차는 뭐가 다르지?’ 궁금해졌어요. 둘 다 찻잎을 우려서 마시는 음료잖아요.
글│ 전민지
정답부터 말하자면 ‘녹차와 홍차의 뿌리는 같다’는 거예요. 차는 모두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라는 차나무의 잎으로 만들거든요. 차는 찻잎의 가공 방법과 산화도에 따라 여러 종류의 차가 탄생하는데요. 백차, 녹차, 황차, 우롱차(청차), 홍차, 흑차(보이차)로 나뉘어요. 흔히 6대 다류라고 부릅니다.
찻잎을 수확하는 행위를 채엽이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른 봄부터 초가을까지 3~4회 채엽합니다. 그중 봄에 채엽한 찻잎은 떫지 않고 순하며, 감칠맛이 좋아 고품질로 인정받아요.
녹차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녹차는 찻잎을 발효시키지 않고 덖어서 만든 차를 말해요. 덖는다는 건 물을 더하지 않고 차 자체의 수분만을 이용해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는 건데요. 찻잎을 덖으면 찻잎이 지닌 산화효소가 제거돼 발효가 이뤄지지 않거든요. 품질 좋은 차를 갓 채엽한 상태로 맛볼 수 있는 방법이죠. 이름과 달리 초록색을 띠지는 않고, 연한 연둣빛이에요.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은 녹차는 차의 유효 성분이 손실 없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이 다량 함유돼 있어요. 카테킨은 활성산소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항산화 물질로,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요.
백차
백차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 가장 가까운 차예요. 녹차와 수색이 비슷하지만, 제조 공법이 완연히 다릅니다. 덖지도, 비비지도 않아요. 그저 채엽한 찻잎을 햇빛에 바싹 말릴 뿐입니다. 약간의 발효가 일어나지만, 깨끗하고 산뜻한 맛을 내죠. 백차 중에서도 싹으로만 만드는 백호은침(白毫銀針)은 백차 중에서도 제일 최고급 상품으로 꼽히는 차인데요. 맑고 은은한 향이 일품이라고 해요.
예로부터 백차를 칭할 때 ‘1년이면 차, 3년이면 약, 7년이면 보물’이라고들 합니다. 언제 마시든 맛과 향, 효과가 뛰어나다는 의미일 거예요. 백차는 6대 다류 중에 카테킨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깔끔한 맛의 백차는 얼음 동동 띄운 냉차로 즐기기에 좋아요. 한여름에 더위를 쫓고 기력을 더해주거든요.
황차
황차는 다른 차에 비해 접하기 쉽지 않아요. 황제에게 진상하는 차라서 황차라 불렀다는 설도 있을 만큼 귀한 차입니다. 찻물이 황색이라 그렇다는 설도 전해지죠.
차를 가공하는 과정에는 찻잎을 비비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향기 분자를 터트리기 위해서예요. 차가 우러날 때, 그리고 잔에 따르고 마실 때 풍성한 향을 맡을 수 있죠. 황차는 찻잎에 열을 가해 건조하면서 비비는 과정을 거쳐요. 건조로 수분이 줄어든 찻잎을 고온다습 환경에서 살짝 발효하면 황차가 완성됩니다. 대표적인 후발효차인 보이차처럼 가공 이후에 발효하기 때문에 후발효차라고 불러요.
우롱차(청차)
우롱차 역시 부분발효차에 속합니다. 녹차와 홍차 중간의 수색을 지닌 청차의 일종이에요. 본래 이름은 오룡차(烏龍茶)로, 찻잎의 모양이 까마귀처럼 검고 용처럼 구부러져서 붙여졌다고 해요. 대개 50~70% 정도로 발효도가 높은 차를 일컫지만, 지금은 포종차, 철관음차, 수선 등 발효도가 20%~50% 남짓의 차도 모두 포함해서 부르고 있습니다.
찻잎을 원하는 만큼 발효시킨 후 덖어서 발효도를 고정하는 제조 과정을 거치는데요. 깊고 농밀한 맛과 향을 내기 때문에 기름기가 많은 음식과 궁합이 좋아요. 특히 중국요리! 입안의 기름기와 느끼함을 없애 주고 소화를 돕기도 하죠. 우롱차의 고향이 중국 복건성인 이유, 알 것만 같은걸요.
홍차
녹차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홍차는 한자문화권에서만 사용하는 이름이에요. 우러난 차의 빛깔, 즉 수색이 붉어 홍차라고 부르지만, 영어문화권에서는 찻잎의 색을 보고 블랙티(Black Tea)라고 부르죠. 85%가량 발효를 거친 발효차로,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차입니다. 세계 전체 차 소비량의 75% 정도를 차지하는데요. 영국과 인도가 가장 많은 소비를, 인도와 스리랑카, 중국이 주로 생산하고 있어요.
차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홍차에 푹 빠진 영국인들이 식민지에 차나무를 심어 기르면서 생산 지역이 늘어났어요. 인도의 다즐링(Darjeeling)과 중국의 기문(祁門), 스리랑카의 우바(Uva) 홍차를 세계 3대 홍차라 칭합니다.
흑차(보이차)
찻잎을 100% 발효하면 흑차라 일컫습니다. 우리나라의 청태전과 중국의 보이차가 유명해요. 흑차는 커다란 원반 형태가 특징인데, 이는 찻잎을 쌓아두고 온도와 습도를 높여 발효시키기 때문이에요.
미생물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서 100% 발효를 끌어내는 것이죠. 커다란 원반 형태의 찻잎을 떡차(병차)라고도 부르는데, 모양새 때문에 가공 후에도 발효가 일어나요. 후발효차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흑차의 대표 격인 보이차는 갈산(Gallic acid) 성분이 풍부해요.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지방이 축적하는 것을 방지해 체지방 분해에도 효과적이죠.
녹차와 홍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차에는 갈산이 포함되어 있지만, 발효할수록 함량이 더욱 증가한다는 점 때문에 보이차는 다이어트 차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답니다.
참고자료
농촌진흥청, 《차(TEA) 농업기술길잡이》, 진한엠앤비, 2022
이유진, 《차와 일상》, 샘터, 2021
맥파이앤타이거, 《우리가 매일 차를 마신다면,》, 자기만의 방,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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