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탄생, 그 아름답고 매혹적인 과정을 되짚어 봅니다.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우리의 모든 일상은 그 자체로도 예술이니까요.

소나무를 태워 만드는 한국의 전통
송연묵
Pine Ink Stick

한상묵

10일 동안 1톤의 소나무를 태우고 가마의 내벽에 붙은 그을음만을 모아 만드는 송연묵 제작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우리의 전통 먹이 한상묵 먹장의 손을 거쳐 35년째 재현되고 있었는데요.

한상묵 먹장이 송연묵을 만드는 과정은 재료 준비, 그을음 제조, 반죽과 성형 후, 건조와 채색을 거쳐 이루어집니다.

1. 재료 준비

송연묵을 만들기 위해선 소나무를 태워 그을음을 만들어야 합니다. 소나무는 수분만 왔다 갔다 하는 가운데 부분에선 그을음이 나오지 않고, 영양 성분이 오가는 테두리 부분이나 소나무 송진이 많이 엉긴 뿌리 관 솥에서 그을음이 많이 나옵니다. 알맞은 소나무를 골라 불에 잘 탈 수 있도록 쪼갭니다.

2. 그을음 제조

묵을 만드는 가마는 일반 가마와 달리 불의 온도를 잡기 위해 크기가 작고, 통로가 길게 뻗어 있습니다. 경사에 따라 그을음이 이동하면서 무거운 입자는 가마 앞에, 고운 입자는 끝부분에 떨어져 입자 크기별로 채취할 수 있습니다. 채취한 그을음은 입자가 굵으면 거친 먹이 되고, 두 번째는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먹이 되며 마지막 가장 고운 입자의 그을음은 작품용으로 사용됩니다.

3. 반죽 및 성형

아교를 끓여 그을음과 함께 섞어 반죽합니다. 3만 번 이상 반죽을 치대야 그을음과 아교가 섞이는데, 틈틈이 반죽을 잡아당겨 반죽 정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쭉 늘어났다가 끊어질 때까지 반죽을 치댑니다. 반죽이 완성되면 향료를 넣고 모형을 잡기 시작합니다. 40분 정도 눌러 기포를 제거하고 먹의 모양을 고정합니다.

4. 건조 및 채색

모양이 잡힌 말랑한 먹은 크기에 따라 한 달이나 석 달 정도 건조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재와 종이를 덮어 습기를 제거한 후, 끈에 매달아 자연 바람에 건조합니다. 잘 건조된 먹은 수거 후에 먹에 찍혀 있는 그림에 채색까지 하면 완성입니다.

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예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문화유산들이
우리의 먹으로 쓰였으니 문화의 뿌리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