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의 공존을 꿈꾸는
야생동물 수의사

수의사라고 하면 개나 고양이만 진료할 거로 생각하지만, 제가 진료한 동물만 200종이 넘습니다. 우리 곁에 정말로 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저는 다양한 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 오석헌입니다.

전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보다 자연에 있는 동물을 쫓아다니고 관찰하는 걸 좋아했어요. 수의대에서 야생동물을 구조하거나 동물원에서 일할 때도 늘 새로운 동물을 마주할 수 있어서 신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예요. 같은 강아지라고 해도 다 다르고 고양이도 다 다릅니다. 그리고 우리 병원에는 다양한 특수동물도 많이 오기 때문에 수의사로서 정말로 즐겁습니다.

야생동물은 모든 게 힘들어요. 저희가 구조하러 간 거여도 동물들은 저희가 해치는 사람인지, 치료하는 사람인지 모르잖아요.

그리고 저희가 야생동물을 구조해서 치료할 정도라면 상황이 심각한 거라 재활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치료하고 바로 야생으로 보내지 않아요. 다시 야생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적응 훈련을 거치고, 방사해야 합니다.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로워요.

동물원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까, 동물들 얼굴이 슬퍼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친구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재미있게 놀고 있어도 다 슬퍼 보였어요. 계속 그 생각이 드니까 저도 좀 우울해져서 결국 동물원을 나오게 됐습니다.

동물 복지를 아직 낯설어하는 분이 많습니다. 다들 어렵게 생각하시는데, 제가 계속 여러 동물을 마주하다 보니까 동물권, 복지가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더라고요. 우리 곁에 있는 동물들, 반려동물 같은 아이들을 보살피고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을 고려하는 것도 다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의사로서 한 10년 정도 더 능력을 쌓고, 다시 야생동물이나 동물원 쪽에서 활동하는 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동물들이 아프지 않고 더 행복하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에서 머물게 만드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젊을 때보다 잘할 자신도 있고요. 제 마지막 수의사 인생을 거기서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

“의료 혜택이 필요한 야생동물들을 찾아가
더 나은 삶을 선물해 주고 싶습니다.”